환자가 진료상 과실과 그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'개연성'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한다는 것이 2023년 이후 의료소송의 핵심 법리입니다. 이후 대법원 판결들이 이 기준을 계속 인용하고 있습니다.
■ 사건 개요 2015년 12월, 73세 남성이 넘어져 팔을 들어올릴 수 없는 상태로 입원했습니다. 우측 회전근개 파열 진단 후 견봉하 감압술이 예정되었습니다. 마취과 전문의는 프로포폴로 전신마취를 유도하고 상완신경총 차단술을 위한 국소마취를 시행한 뒤, 10시 42분경 간호사에게 환자 감시를 지시하고 수술실을 떠났습니다. 수술 중 저혈압과 산소포화도 저하가 발생해 간호사가 네 차례 전화했으나 마취과 의사는 11시 17분에야 복귀했습니다. 응급조치에도 환자는 전원 중 사망했습니다.
■ 법원의 판단 원심(서울남부지방법원)은 마취과 전문의가 응급상황에서 간호사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해 제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못한 진료상 과실을 인정하고, 책임을 60%로 제한했습니다.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면서 인과관계 판단 기준을 정리했습니다.
■ 판시 내용 · 진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려면 손해 발생, 주의의무 위반,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. ·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고 환자 측의 과실 증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, 환자가 진료상 과실의 존재와 그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한다. · 여기서 개연성은 자연과학적으로 의심이 없는 정도일 필요는 없다. 다만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 원리에 부합하지 않거나 막연한 가능성 수준에 그치면 증명된 것으로 볼 수 없다. · 의료진은 손해가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음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할 수 있다.
■ 자문 실무 시사점 · 판단의 분기점은 "의학적 원리에 부합하는 개연성"과 "막연한 가능성"의 경계입니다. 회신서에는 결론과 함께 그 판단이 어떤 의학적 기전으로 뒷받침되는지를 적어야 합니다. · "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"는 표현은 막연한 가능성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. 개연성의 정도를 구분해 서술하는 편이 정확합니다. · 의료진 측 자문이라면 다른 원인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추정 번복의 관건입니다. 감별 대상과 배제 근거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. · 이 사건처럼 감시·대응 지연이 쟁점인 경우, 적시에 조치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개연성에 대한 의학적 평가가 핵심 자문 사항이 됩니다.